[4.16인권선언이 만들어지기까지]

[4.16인권선언이 만들어지기까지]

4.16인권선언이 만들어지기까지

세월호 참사 이후 다른 사회를 만들자는 약속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자고 약속하는 인권선언 하나는 남겨야 하지 않을까요?" 

2014년 4월 16일 이후 각자의 자리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움직이던 인권활동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5월 13일이었다. 이날 누군가 인권선언을 만들자는 제안을 흘렸다. 어쩌면 그게 시작이었다. 당장 해야 할 일들이 많다보니 인권선언을 더 논의하기는 어려웠다. 시민사회에서는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를 구성하는 중이었다.(당시 '각계 원탁회의') 인권활동가들도 '존엄과안전위원회'를 만들어 함께 하기로 했다.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바라는 목소리들을 '허위사실 유포죄'로 가두고 집회와 행진을 가로막는 경찰과 싸우기 위해 자유팀이 뛰었다. 국적, 나이, 신분 등 다양한 조건에 놓여 있는 참사피해자들의 고통을 놓치지 않기 위해 평등팀이 움직였다.

  

4.16인권선언이 만들어지기까지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는, 참사가 드러낸 현실을 응시하며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안전대안팀이 모였다. 존엄과안전위원회 활동을 통해 '인권선언'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졌다. 2014년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일을 맞아 '4.16인권선언 추진대회'를 열었다. 세월호참사 유가족뿐만 아니라 앞선 재난참사의 피해자들이 마음을 모아 제안했다. 세월호 참사 이전과 달라져야 한다는 약속은 미래의 것이 아니라 오늘 우리의 것이 되어야 했다. 정치적 협상의 결과물로 통과된 반쪽짜리 세월호특별법 제정에서 멈출 수는 없었다. 참사를 겪으며 저마다 보고 느낀 것들을 다른 사회를 향한 약속으로 남겨야 했다.    2015년 3월 12일 준비회의에 이어 4월 14일 원탁회의를 열었다. 각계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4.16인권선언 제안문을 검토했다. 함께 만들어야 할 선언의 원칙을 확인하고 어떤 권리들이 참사와 연관되어 있는지 살폈다. 이후 4.16인권선언운동을 어떻게 추진할지도 논의했다. 토론이 활발하게 이어져 5월 9일 2차 원탁회의를 열기로 했다. 2차 원탁회의에서는 수평적인 풀뿌리토론을 벌여 4.16인권선언의 내용을 함께 만들기로 정했다.

4.16인권선언이 만들어지기까지

세월호 참사 이후 다른 사회를 만들자는 약속

  이제 "인권"할 시간! 2015년 7월 11일, 서울 종로 수운회관에서 4.16인권선언 추진단 1차 전체회의가 열렸다. 전국 곳곳에서 풀뿌리토론을 열어 인권선언을 함께 만들겠다는 사람들이 추진단에 등록하고 한자리에 모였다. 추진단에서부터 풀뿌리토론이 시작되었다.

  세월호 참사를 떠올릴 때 나의 느낌/감정은 이렇습니다. 왜냐하면…

  세월호 참사 발생에서부터 지금까지 오는 동안 이런 장면/현상/문제는 '이건 좀 아니다' 싶었습니다.

  이런 문제를 바꾸기 위해 우리는 ㅇㅇ할 권리를 요구하고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약속을 해야 합니다.

4.16인권선언이 만들어지기까지

  세 개의 질문 하나씩 각자의 경험과 감각을 나눴다. '이제 잊을 때가 됐다'고 덮어버리려는 세상에서 아직 우리가 나누지 못한 이야기들이 훨씬 많다는 걸 서로 알게 되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보고 느낀 이야기들이 세상 구석구석의 변화와 닿아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풀뿌리토론은 2차 전체회의가 열리기 전까지 넉달 동안 이어졌다. 전국 곳곳에서, 해외에서 다양한 규모의 풀뿌리토론이 열렸다. 동네 카페, 도서관 인문학 교실, 교회에서 토론이 열렸고 청소년, 장애여성, 홈리스, 입시생들이 모여서 토론했다. 1천 여 명의 사람들이 세월호 참사 이후의 다른 사회를 약속하는 다짐을 내어놓고 있었다.

4.16인권선언이 만들어지기까지

'우리'의 존엄, 선언에서 행동으로

  선언하라 우리를! 2015년 11월 28일 4.16인권선언 2차 전체회의가 열렸다. 풀뿌리토론에서 제안된 천 개의 권리, 천 개의 약속을 하나로 모아 '우리'의 선언을 만드는 자리였다. 그동안 풀뿌리토론 결과로 제안된 권리들을 차곡차곡 포개어 담은 4.16인권선언 초안이 제출되었다.

  제게는 이 문장이 가깝거나 멀게 느껴집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저는 이 문장을 주위 사람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습니다. 저라면 이렇게 해설하겠습니다.

  저는 선언이 말로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이런 행동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4.16인권선언이 만들어지기까지

  전체회의에 모인 사람들은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토론의 결과를 반영하여 수정이 이루어졌고, 2015년 12월 10일 <존엄과 안전에 관한 4.16인권선언>을 발표했다. 다양한 행동이 이어졌다. 세월호 참사 2주기까지 #노란리본셀카 캠페인을 벌였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행동을 다짐하는 노란리본셀카를 찍고 SNS에 공유했다. 세월호참사 이후 함께 한 시간들이 담긴 사진을 배경으로 4.16인권선언을 실은 포스터를 여기저기에 붙였다. 여러 모임에서 4.16인권선언을 소리내 읽으며 촬영한 동영상을 하나로 모은 만인낭독 프로젝트도 추진되었다. 해설서 <4.16인권선언 돋보기>가 권리의 내용을 더욱 풍성하게 해설해주었다. 선언에서 멈추지 않은 행동들이 세월호 참사 2주기에 다시 모였다. 모두의 이름으로 <존엄과 안전에 관한 4.16인권선언>이 선포되었다.

 

"이 선언은 선언문으로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우리가 다시 말하고 외치고 행동하는 과정 속에서 완성되어 갈 것이다.

함께 손을 잡자. 함께 행동하자."